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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대학교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때의 일이다.
학교 건물이라 그런지 내부 천장은 유난히 높았다. 아마 체육관 건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반 건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은 공간이었고, 벽체 높이만 해도 6미터가 훌쩍 넘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목이 아플 정도였다. 당시 우리는 비계 위에 올라가 그 거대한 벽면을 미장하는 작업을 맡고 있었다.
작업은 늘 그렇듯 반복되는 일상의 연속처럼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몰탈을 배합하고, 비계 위로 재료를 올리고, 한쪽 벽면을 따라 차례차례 흙손질을 해나갔다. 높은 곳에서의 작업은 늘 긴장감이 따랐지만, 해외 현장에서 오래 일한 우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일이기도 했다. 위험을 두려워할 겨를도 없이 하루 물량을 맞춰야 했고, 그날 해야 할 벽면은 끝내야만 했다.
그날도 우리 팀은 말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몰탈을 올리고, 누군가는 흙손으로 벽을 펴 바르고, 또 누군가는 수직과 수평을 확인하며 벽면을 다듬고 있었다. 높은 천장 아래 울려 퍼지는 쇠흙손 소리와 사람들의 짧은 말소리만이 넓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착각인 줄 알았다. 높은 비계 위에서 오랜 시간 아래를 내려다보며 작업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눈앞의 벽이 조금씩 흔들리는 듯 보였다. 마치 벽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미세하게 출렁거렸다. 나는 순간 손을 멈추고 눈을 비볐다. 그러나 이상한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 뒤에는 비계 자체가 흔들리는 것 같은 기분까지 들기 시작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했고, 머릿속은 멍해졌다. 땀이 흐르는 것도 아닌데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순간 ‘내가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런데 옆에서 작업하던 동료 한 명이 갑자기 얼굴이 창백해진 채 비계 난간을 붙잡고 주저앉았다.
“형님…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비슷한 증상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래를 못 쳐다보겠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머리가 빙빙 돈다고 했다. 높은 천장과 밀폐된 공간, 끝없이 반복되는 벽면, 그리고 긴장 속에서 이어지는 작업이 사람의 감각을 이상하게 만들어버린 것이었다.
특히 천장이 너무 높다 보니 공간감각이 흐려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닥이 멀게 느껴지고, 벽면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마치 벽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극도의 긴장감과 피로, 폐쇄된 공간에서 오는 심리적 압박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것 같다. 그러나 당시의 우리는 그런 것을 알 리 없었다. 그저 “사람 미치겠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겨우 웃어넘길 뿐이었다.
해외 건설현장이라는 곳은 늘 위험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높은 곳에서 일하는 공포, 낯선 환경, 뜨거운 더위, 끝없는 노동…. 그러나 우리는 누구 하나 쉽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모두가 가족을 위해, 삶을 버티기 위해 타국까지 흘러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리비아 대학교의 높고 거대한 벽면이 가끔 꿈처럼 떠오른다. 끝없이 이어지던 회색 벽, 비계 위에서 느꼈던 아찔한 공포, 그리고 말없이 흙손을 움직이던 동료들의 모습까지…. 그 시절 우리는 젊었고, 두려움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지중해 리비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